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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자기 손을 찔렀다.

March 06, 2020 • ☕️ 1 min read
essay

내 와이프는 마조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손을 베였다. 손을 베기 위해 사용한 도구는 과도. 생각보다 많이 베였다. 그래서 피도 조금 철철 났다. 도대체 왜 자신의 손을 벤 걸까?

내 와이프는 요리를 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재택근무를 조금씩 하고 있다. 와이프의 경우는 회사 차원에서 아예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기에 집에 종일 있고, 나 같은 경우엔 일주일에 몇 번 재택근무를 캘린더에 등록하여 하고 있다.

집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었고, 점심 즈음이 되어서 아내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와이프가 무얼 하려는 건지 잠시 구경한 후, 라벤더의 침대에 있는 귀여운 양 인형(사실은 가방)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나는 와이프가 요리를 하다가 뭔가 잘못 했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을 베였단다. 조금 깊게 베인 상처라 피부가 조금 들려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상처가 조금 이상하게 나 있다.

어떻게 다친 건가하고 보니 얼어 있는 간마늘통과 그 통의 옆을 통과한 과도가 보인다. 그렇구나.. 얼어 있는 간마늘을 과도로 퍼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가 미끄러졌으니 힘도 어지간히 주고 있었을 터, 그대로 손을 찔러버린 것이다.

속으로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상처는 어떤 수준인 거지? 집에서 치료할 수 있을까? 와이프는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한다. 하긴, 이건 살짝 찔리고 베인 정도가 아니다. 피가 조금 많이 난다.

그대로 병원을 검색해 집 주변의 정형외과로 갔다. 손을 지혈하면서 가는데 와이프가 여전히 놀란 상태인지 횡설수설한다. 엄마가 보고 싶단다.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봤는데 의사 선생님이 손을 6땀인가 5땀 정도 꼬매야 한다고 했단다. 그런데 와이프가 임신중이라 항생제도 안 쓰고, 마취도 쓰기 좀 그래서 맨 정신에 해야한다고 하니 와이프는 무서워서 꼬매지 않기로 했단다.

내일 다시 돌아와서 감염이 있는지 보자고 했다는데, 괜찮겠지? 마늘을 찌르던 과도이니.. 마늘이 균을 죽여줬을 것이다. (?)

아무튼, 집에 와서 아내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고 울기 시작한다. 어지간히도 놀랐나 보다. 사실 나였다면 이보다는 많이 무덤덤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드레싱한 손으로 일을 하고 있는 내 와이프.

그저 그런 위험한 행동만 안 했으면 지금 멀쩡히 키보드를 치고 있을 텐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