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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아집

October 31, 2019 • ☕️ 2 min read
essay

10

어릴 적에 줄곧 생각하던 게 있다.

결코 아집에 빠지지 말자. 그런 어른이 되지 말자.

어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왜 계속 해온 방식을 유지하려고 할까. 더 효율적인 방법도 있는데. 나는 효율을 중요시했고, 관례를 무시했다.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관례를 유지하는 걸 아집이라 여겼다. 동시에, 나는 그런 관례를 다 깨부수고 아집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는 게 아집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효율적인 게 좋다.

20

20대를 겪으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 옳다고 여기는 게 생길 수 밖에 없다.

라는 정체성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런 시간이 쌓인 나이기에, 나에게 나는 소중하다.

그리고 결국엔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아닌 걸 배척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괜찮아.

30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내가 아집덩어리라는 거다.

취사선택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들로 가득한 사람이 되었다.

하나하나 좋은 기준들로 가득 채우면 그게 아집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 기준도 내 기준이고, 채워진 것도 내 기준인데 말이다.

내가 세운 아집은, 내가 하는 게 아집이 아닐 거라는 아집이었다.

나는 결국 아집들과 싸우는 아집이었나 보다.

아이러니하다.

내로남불

남이 하면 아집, 내가 하면 고집일까

글쎄.

아집과 고집은 말장난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각자의 아집을 갖고 살아간다.

웃기다.

아집을 싫어했는데, 내가 아집덩어리임을 알고서는, 아집을 보편화하다니.

그래. 저런 추상적인 단어에 얽매이지 않게 된 거겠지.

내겐 여전히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많다.

그냥 다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있을 뿐이다.

태도

아집의 문제점은 이를 얼마나 표출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집

듣지 않는 아집

무시하는 아집

이 모든 게 싫다.

나는 나와 달라도 듣는다.

받아들인다.

무시하지 않는다.

거짓말

그래. 거짓말이다.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는 척 할 뿐이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틀린 건 틀린 거다.